'치명적 실수' 시몬, 16강 역적에서 8강 영웅으로

2021. 7. 3. 12:31# 국제축구연맹 [NATIONS]

[팀캐스트=풋볼섹션] 스페인이 유로 4강에 진출했다. 수문장 우나이 시몬[24, 아틀레틱 빌바오]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좋은 선방쇼를 보여주며 스페인의 승리를 이끌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3일[한국시간] 러시아 생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UEFA 유로 2020 8강전에서 스위스를 승부차기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동안 승부를 벌였지만,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는 1:3의 완승을 거두고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9년 만이다. 스페인은 지난 유로 2012 우승 이후 간만에 메이저대회 4강에 오르며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쟁쟁한 우승 후보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평가를 받았던 스페인이다. 우승 전력은 아니다는 현실적인 직언이 곳곳에서 나왔다. 과거 선수단에 비해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은 실제로도 대회 개막 후 쉽지 않은 행보를 걸어오며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조별 라운드에서는 확실한 해결사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고,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잇단 수비 실수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특히 지면 탈락하는 녹아웃 방식의 16강 경기에서부터 실수가 나왔다. 중심에 주전 골키퍼로 활약 중인 시몬이 있다. 시몬은 넘버원 다비드 데 헤아를 제치고 유로 2020 본선에서 스페인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조별 경기 3경기에서 1실점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로 팀을 곤경에 빠뜨렸다. 그리고 이날 3골을 실점했다.

 

시몬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20분 동료 페드로 로페스의 백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을 헌납했다. 로페스가 뒤로 내준 패스를 발로 트래핑하려 한 것이 그대로 스쳐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골키퍼로부터 다시 공격을 전개하려던 로페스는 졸지에 자책골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동호회 축구 경기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초보적인 실수를 범한 시몬은 다행스럽게도 팀 승리로 죄책감은 덜었다. 스페인이 연장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5:3으로 이겼다.

 

하지만, 경기 후 스페인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시몬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끔찍했다는 표현을 써가며 시몬의 플레이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시몬은 결과가 달랐다면 단순히 비판으로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최근 스페인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가 유로 본선에서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며 극성 축구팬들의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시몬은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고, 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것은 분명하다.

 

그랬던 그가 강력한 우승 후보인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는 팀을 4강으로 견인했다. 시몬은 한 경기 만에 역적에서 영웅이 됐다. 시몬은 16강전 어이없는 실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벨기에전에 선발 출전했다. 이 경기서 스페인은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결정력 문제점을 재노출하며 결국 승부를 내지 못했고, 결국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첫 키커부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스페인 대표팀의 중심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슛이 골대를 때렸다. 선축한 스페인은 상대 1번 키커가 득점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그때 영웅이 나타났다. 바로 시몬이었다. 시몬은 스위스의 2-3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이밍과 방향 캐치가 완벽했다.

 

끝이 아니다. 잇단 '슈퍼 세이브'로 자신감이 가득 찬 시몬 앞에 스위스의 4번 키커 루벤 바르가스가 슛을 준비했다. 넣어야 하는 키커와 막아야 하는 골키퍼의 기싸움에서 시몬이 또 승리했다. 바르가스의 슛은 힘이 잔뜩 들어가며 골대 위를 지나갔다. 시몬의 잇단 선방으로 승기를 잡은 스페인은 마지막 키커 미켈 오야르사발가 득점하며 4강행을 확정했다.

 

시몬은 8강전에서의 대활약으로 앞선 경기에서의 실수를 완전히 만회했다. 그러나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은 4강에서 이탈리아를 만난다. 만약 이탈리아마저 꺾고 결승에 간다면, 2012년 영광 재현도 가능하다. 골문을 지키는 시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더이상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